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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견

나 혼자 산다, '지루해지다'

 

불금의 행복, '나 혼자 산다'와 멀어지다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최고 예능을 꼽는다면? MBC의 '나 혼자 산다'는 유력 후보다. 방송 7년째를 맞은 장수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몇 안 되는 지상파 예능이다. '나 혼자 산다'를 이끄는 코미디언 박나래는 지난해 'MBC 연예대상'을 거머쥐었다. 전현무와 한혜진의 결별과 하차라는 풍파를 넘은 그의 맹활약을 인정한 것이다.

 

나 역시 매주 금요일 밤 TV 앞에 앉는 '나 혼자 산다'의 찐팬이다. 맥주 한 캔과 함께 '나 혼자 산다'를 보면 한 주를 마무리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불금 약속이 있으면 재방송으로 꼭 챙겨 보던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토록 사랑한 '나 혼자 산다'를 거르는 날이 많아졌다. 여러 채널에서 재방송을 틀어주지만 좀처럼 눈길이 가지 않는다.

 

 

흔들리는 정체성, 개인보다 '친목' 집중하다

'나 혼자 산다'와 멀어진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프로그램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 소개를 보자.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 그런데 방송을 거듭하면서 일상, 관찰, 다큐멘터리 특징이 옅어졌다. 개인보다 출연진의 친목 활동에 치중한다.

프로그램 취지에 집중한 초기에도 출연진이 함께 모이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당시 친목 모임이 메인요리(개인 일상)의 풍미를 더하는 양념이었다면, 지금은 친목 모임이 메인요리가 됐다. 좀 심하게 말하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랄까. 마치 '무한도전', '1박2일', '런닝맨' 콘셉트를 따라가는 것 같다. 디지털 스핀오프라던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는 어느새 정규 방송으로 들어왔다.

 

 

굳어진 출연진, '홍보 수단' 전락한 무지개 라이브

'나 혼자 산다'의 친목 집중 현상은 현재 출연진(박나래, 성훈, 기안84, 이시언, 헨리, 화사)의 고정 멤버화가 가져온 결과로 보인다. 그동안 '나 혼자 산다' 출연진은 자의반타의반으로 적절한 시점에 교체가 이뤄졌다. 여기에서 언급한 '적절한 시점'이란 시청자들이 지루하게 느낄 때다. 기존 멤버가 나가고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면 다시 화제를 끄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하지만 고정 멤버 체제로 굳어지면서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게스트 특집인 '무지개 라이브'가 홍보수단으로 전락한 것 역시 아쉽다. 영화, 드라마, 신곡 등 홍보를 위해 '나 혼자 산다'를 찾는 게스트가 너무 많다. 이들은 한두 번 출연하고 본업으로 돌아간다. 이벤트성 출연에 맞춰 자신만의 특별함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짧은 기간 동안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종종 '부자가 어떻게 사는지 보여주는 거냐?'라는 질타가 쏟아진다. 시청자들이 이질감을 느끼는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이다.

 

 

지금 '나 혼자 산다'는 고정 멤버들의 친목 활동에 치중됐다. 프로그램 정체성을 살리자니 지루할 것 같고, 출연진 교체도 어렵다고 봐서 짜낸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유명인들의 일상을 조명하는 '관찰 예능'이 범람하는 시대에 '나 혼자 산다'만의 차별화 전략일 수도 있다.

지루하게 느끼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나 혼자 산다' 364회(9월 25일) 시청률은 7.4%를 기록했다. 근래 가장 높았던 350회(12.7%)보다 4.7%포인트 떨어졌다. 이달 들어 한 자릿수 시청률에 그쳤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365회에는 추석 연휴를 맞아 초기 멤버인 김광규와 하석진이 출연한다. '나 혼자 산다' 정체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