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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견

스위트홈, '욕망'과 '괴물'의 연결고리

 

흥행 대박 터뜨린 스위트홈

 

웹툰 원작 드라마 '스위트홈'이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흥행하면서, K-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원작 웹툰을 즐겨본 팬의 한 사람으로 자랑스럽고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스위트홈 흥행은 여러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결과겠지만,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를 가장 큰 원동력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인 '괴물화'가 바로 스위트홈만의 차별화를 이끈 핵심 장치입니다. 그동안 괴물이 등장한 작품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스위트홈처럼 철학적 의미를 담으려는 시도를 찾아보기 어려웠죠.

 

/출처=넷플릭스 스위트홈 예고편.

'괴물화'라는 독특한 장치

 

괴물. 네이버 사전을 검색하니 '괴상하게 생긴 물체', '괴상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등 정의가 나옵니다. 스위트홈에서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지는 괴물화는 말 그대로 사람이 괴물로 변하는 현상이죠. 끊임없이 늘어나는 괴물들은 마주치는 사람들을 살육합니다. 여느 괴물, 좀비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 전개죠.

스위트홈 괴물들의 차별점은 외형과 내면에서 나타나는데요. 우선 괴물마다 생김새가 다르다는 게 특이한 설정입니다. 근육괴물, 경비괴물, 액체괴물 등 별명이 붙을 만큼 저마다 독특한 외형을 갖고 있는데요. 이런 외형은 사람일 때 욕망에서 기인합니다. 욕망에 잠식된 상태를 괴물의 외형으로 분명하게 드러내는 설정이죠. 요약하면 '욕망의 시각화'입니다.

 

/출처=넷플릭스 스위트홈 예고편.

 

욕망은 외형뿐 아니라 내면까지 잠식합니다. 괴물화가 이뤄지면 괴물의 내면에는 사람일 때 간절히 원하던 욕망이 실현된 상황이 구현됩니다. 일종의 환각, 착각 속에 갇히는 거죠. 결국 외형과 내면이 분리된 괴물은 욕망을 위한 살육을 거듭하게 됩니다.

주인공 차현수처럼 괴물화가 천천히 진행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일시적인 괴물화를 통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면서, 괴물의 내면에 구현될 욕망을 목격하며 끊임없는 유혹을 받습니다.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사람이 아닌 괴물이 되라는 압박이죠. 차현수의 욕망은 사고로 잃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스위트홈입니다.

 

욕망을 이겨낼 건가, 잠식당할 건가

 

/출처=네이버웹툰 스위트홈 5화.

 

스위트홈의 괴물화 설정에서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네오를 만난 모피어스가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을 내미는 모습이죠. 빨간 알약을 먹으면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가상현실에서 벗어나 참혹한 현실을 깨닫게 됩니다. 매트릭스와 상황은 다르지만 차현수에게 "포기하라"고 재촉하는 또 다른 차현수의 유혹은 욕망이 실현된 가상현실을 받아들이라는 압박입니다.

욕망과 괴물을 엮은 스위트홈의 독특한 설정은 많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매일 사람이 죽어나가는 현실 속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할 건지, 평생 바라던 욕망의 실현을 받아들일 건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당신이 스위트홈의 주인공 차현수라면 어떤 선택을 내릴 건가요?

욕망에 잠식돼 괴물이 된다는 설정이 던지는 메시지도 묵직합니다. 결국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이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경고가 아닐까요? 누구나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세계. 그 현실은 우리에게 천국일까요, 아니면 지옥일까요.

 

/출처=넷플릭스 스위트홈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