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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뷰>코미디도 스릴러도 아니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2020)

감독: 신정원
출연: 이정현, 김성오, 서영희, 양동근, 이미도


한줄평: 코미디와 스릴러, 둘 다 놓쳤다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죽인밤)은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이정현과 서영희, 여러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김성오, 개성파 배우 양동근, 이미도까지. 뛰어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코미디 스릴러라는 다소 난해한 장르에도 관객들이 죽인밤에 기대한 이유다. 그렇지만 스토리보다 위대한 배우는 없었다. 코미디도 스릴러도 아닌 스토리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묻혔다.

 

외계인 설정 빼면 뻔하고 어색하다

영화는 소희(이정현)의 남편인 완벽남 만길(김성오)이 외계인이라는 설정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엄청난 성욕과 주량을 자랑하는 만길은 지구에 파견된 외계인 언브레이커블 수장이다. 만길의 정체와 그가 자신을 죽이려 한 사실을 깨달은 소희는 닥터 장(양동근), 고교 동창 세라(서영희), 양선(이미도)과 함께 만길을 죽이기 위해 힘을 합친다. 영화는 만길의 생일이자 제삿날이 될지 모르는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한국 영화에서 외계인을 소재로 한 작품은 드물다. 신하균과 백윤식이 나온 '지구를 지켜라!' 외엔 딱히 떠오르는 영화가 없다.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 죽인밤의 도전정신만은 인정한다. '시실리 2km', '차우', '점쟁이들' 등에서 독특한 스토리를 선보인 신정원 감독의 작품답다.

외계인 설정말곤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는 점이 문제다. 외계인으로 이목집중엔 성공했으나 이후 전개되는 스토리는 뻔하다. 뻔해도 재밌거나 긴장감 넘치면 그만이지만, 아쉽게도 죽인밤에선 그런 반전을 느끼지 못했다. 스토리 전개를 위한 개별 사건들의 연결고리도 허술하다. 허무한 결말에선 한숨마저 나온다. 노래방 추가시간이 끝나 부르던 노래를 멈추고 찝찝하게 돌아서는 기분이랄까.

 

아쉬운 스토리에 묻힌 배우들의 연기력

스토리가 흥미롭지 않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력에 집중하게 된다. 배우들은 캐릭터에 충실한 연기를 펼친다. 연기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가 없다. 소희(이정현)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수남, 세라(서영희)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김복남을 살짝 떠오르게 한다. 양동근의 어눌한 연기를 좋아하진 않지만, 닥터 장이란 캐릭터엔 딱 들어맞는다.

그에 비해 조연 배우들의 존재감은 너무 떨어진다. 상징성이 큰 캐릭터인 언브레이커블 동료들과 정부 비밀요원들을 연기한 배우들은 이름은커녕 얼굴조차 생소하다. 얼굴을 본 적이 있는 조연 배우는 약방영감을 연기한 김기천이 유일하다. 인상적인 감초 배우 한둘만 배치했어도 조연 배우들이 나오는 장면이 어색하진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연 배우들의 활약에도 스토리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다. 영화가 끝난 뒤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았다. 웃기지도 긴장감 넘치지도 않아서다. 심심한 주말 오후 2시간을 보냈단 사실에 위안을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