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황정민, 이정재 그리고 박정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감독: 홍원찬
출연: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황정민·이정재, '악 대 악'으로 다시 만나다

<한줄평: 강렬하다. 다만 그리 오래 기억될 것 같진 않다. >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황정민과 이정재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기대작이다. 7년 전 '신세계'에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개봉 한 달 만에 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에 이어 올해 두 번째 400만 돌파다. 코로나 여파에도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 악)는 악과 악이 부딪치는 구도로 전개된다. 딸을 위해 분투하는 인남(황정민 분)을 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 역시 레이(이정재 분)처럼 수많이 사람을 죽인 킬러다. 인남이 마지막으로 청부살인한 인물이 레이의 형으로 밝혀지면서 두 사람의 악연이 시작된다.

킬러 생활을 정리한 인남은 파나마로 떠나기 직전 옛연인 영주의 사망 소식을 접한다. 며칠 전 자신을 찾던 영주가 방콕에서 그가 몰랐던 딸 유민과 살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인남은 납치된 유민을 찾기 위해 방콕으로 향한다. 인남과 관련된 사람은 모조리 죽이겠다던 레이는 인남의 뒤를 쫓는다.

 

 

 

눈길 사로잡은 '액션신'… 심히 과한 총격전

다만 악의 가장 큰 매력은 화려한 액션신이다. 인남과 레이가 펼치는 육박전은 타격감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카메라 워킹이 인상적이다. 시의적절한 빛의 활용은 액션신의 매력을 더한다. 생동감 넘치는 격투신만으로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선을 넘은 건 아쉽다. 두 사람이 람보로 변하는 총격전은 심히 과하다. 빗발치는 총탄이 주인공을 알아서 피해가는 게 액션영화의 불문율이라지만, 적어도 방탄조끼는 입던지. 영화 말미의 수류탄 장면에선 조소마저 나왔다. 대한민국 성인 남성 대부분이 수류탄을 던져봤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던 걸까.

 

 

 

어디서 본듯한 스토리, 빛나는 박정민

액션신에 너무 힘을 줘서일까. 그다지 독특하지 않은 스토리에서 여러 영화의 냄새가 풍긴다. 새롭지 않아서 문제가 아니다. 관객을 상상력을 자극하기엔 스토리 구성이 역부족이다. 두 사람의 전작 신세계와 같은 긴장감과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악에서 박정민은 황정민과 이정재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게이 유이를 훌륭하게 소화한 박정민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장르로 분류됐을 거다. 한국 액션의 정수를 담은 액션 다큐로. 박정민은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를 적절히 깨뜨리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 그가 차세대 연기파 배우로 떠오른 이유를 알려줬다.

엔딩 크레디트를 마주하면서 영화 제목을 곱씹어 봤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영화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대사다. 딸을 살리기 위해 분투하는 인남이 머릿속으로 되뇌던 주문이 아니었을까. 과연 신은 인남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