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1917'의 특별한 '클로즈업'

1917

 

감독: 샘 멘데스
출연: 조지 맥케이, 딘-찰스 채프먼, 콜린 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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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전장에 선 '사람'을 조명하다

 

사진을 찍는 방법을 거칠게 나누면 두 가지다. 광활한 풍경을 모두 담거나 여러 피사체 중 하나에 초점을 맞춰 확대하거나. 같은 곳에 렌즈를 갖다 대더라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얻는다.

영화 '1917'은 1차 세계대전의 전장을 클로즈업한다. 특별한 임무를 넘겨받은 연합군 병사 스코필드와 블레이크에 렌즈의 초점을 맞춘다. 영화가 조명하는 부분은 이들에게 주어진 명령만큼 간단하고 명료하다. 생사의 갈림길을 뛰는 주인공들을 숨가쁘게 따라간다. 영화의 렌즈는 점점 더 조여온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생존과 명령 완수를 위한 주인공의 투쟁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란 생각을 끊임없이 들게 한다. 광활한 스케일의 전투 장면 없이도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영화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는 '원 컨티뉴어스 숏' 촬영기법은 전장의 현실감과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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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평화로운 풍경이 전하는 '잔인함'

 

이따금 등장하는 아름다운 풍경은 주인공이 처한 현실의 참혹함과 대비된다. 영화 초반 진흙과 시체가 즐비한 '노 맨스 랜드'에서 벗어난 주인공들은 윈도우 배경화면이 될 법한 초록 들판과 마주한다. 전장의 한복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평화롭다. 죽을 고비를 넘긴 스코필드의 머리 위로 흩날리는 하얀 체리꽃잎은 잔인하게 느껴진다.

풀이 자라고 꽃이 펴도 전투는 계속 된다. 바로 옆 동료가 죽어나가지만, 전장에서 죽음은 일상일 뿐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 한 생존의 투쟁은 '봄은 그저 따뜻한 날씨 속에서 총을 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는 어둡고 암울한 배경뿐 아니라 밝고 평화로운 배경을 적절히 활용하며 전쟁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았다. 배경이 어떻든 비극은 이어진다는 현실을 담으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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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운명'으로 거듭난 암울한 우연

 

우연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스토리 역시 사실감을 극대화한다. 스코필드가 블레이크와 함께 동원되는 것부터 우연이다. 스코필드는 그저 블레이크의 옆자리에서 졸고 있었을 뿐이다. 이들이 가야 할 전장에 블레이크의 형이 있던 것 역시 우연의 산물이다.

대부분 전쟁 영화가 배경과 스토리에 막중한 의미 부여부터 하는 것과 다른 전개다. 일개 병사 둘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부터가 이 영화의 차이점이다. 위에서 내려온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 애초에 이들에겐 참전 여부를 결정할 선택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스코필드에게 찾아온 암울한 우연은 그의 운명이 된다. 그리고 그는 주어진 운명을 따라가며 임무 완수를 위해 목숨을 건다. 마지막 장면, 나무에 기대 앉은 스코필드는 우연으로 이어진 운명을 어떻게 곱씹을까.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지 않다던 그는 가족사진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떠올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