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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견

사라진 네이버 실검, '복붙' 기사는?

/출처=네이버 다이어리.

네이버가 '급상승 검색어'(이하 실검)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모바일 검색차트 판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죠. 15년 이상 이어온 대표 서비스를 관두는 결단을 내린 겁니다. 이제 검색어 통계는 데이터랩에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트래픽 증가에 크게 기여한 서비스를 종료한 이유는 뭘까요. 실검 퇴장으로 혼탁한 온라인 뉴스 시장은 정화될 수 있을까요.


네이버는 왜 실검을 없앨까?

 

그동안 <급상승검색어>에 보여주신 관심과 사랑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급상승검색어> 서비스는 정보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됐습니다.검색 플랫폼으로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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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사용자들의 검색어 다양화·세분화와 능동적 정보 활동을 서비스 종료 이유로 꼽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보다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으려는 니즈가 늘어나면서 실검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설명이죠.

간단히 말해 실검을 찾는 사용자가 줄었다는 건데요. 네이버는 서비스 지속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트래픽 변화는 네이버만 알겠지만 말이죠.

실검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들로 인한 피로감 역시 네이버가 서비스 종료 결단을 내린 이유로 꼽힙니다. 언론사들이 무조건적 트래픽 증가를 위해 실검에 종속되면서 여러 부작용이 유발됐습니다. 어뷰징 기사 행태를 악용하기 위한 검색어 끌어올리기와 같은 문제가 반복됐죠.

토스 실검 마케팅. /출처=토스.

네이버는 여러 번 개선책을 내놨지만, 실검이 온라인 여론조작 문제의 근원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네이버의 노력에도 룸살롱 검색어 1위, 기업들의 실검 마케팅 등 사건들이 터졌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실검 기사를 끊임없이 쏟아낸 언론사들은 네이버에 책임을 떠넘겼죠.

사고가 터질 때마다 네이버를 향한 원성이 쏟아졌습니다. 정치인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으름장을 내놨죠. 실검으로 네이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면서 잠재적인 위협 요소가 된 겁니다. 결국 네이버는 서비스 종료 결단을 내리며 반복되는 문제의 근원을 끊어냈습니다.


실검 사라져도 '복붙' 이슈기사는 계속된다

이제 공은 언론사들로 넘어왔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실검에 기반한 '복붙' 보도 행태가 온라인 여론조작 문제를 야기한 또 다른 축이기 때문이죠. 그동안 언론사들은 네이버에 종속된 온라인 뉴스 시장 특성상, '트래픽 경쟁을 위한 실검 기사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했습니다. 실검이 사라지지 않으면 이슈 대응을 위한 복붙 보도 행태를 관둘 수 없다는 얘기죠.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실검이 종료됐으니 빠르고 많이 쓰는 게 '장땡'인 온라인 이슈 기사들이 사라질까요? 안타깝게도 그럴 것 같진 않습니다. 언론사들은 복붙 온라인 기사를 멈출 의지는 물론 능력도 없기 때문이죠.

실검 대신 온라인 이슈를 파악할 수 있는 통로는 다양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통이 이뤄지는 곳에서 이슈가 발생하거나 퍼집니다. 실검 종료는 이런 플랫폼에 기반한 이슈 기사들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가져올 겁니다. 팩트체크를 배제한 복붙 기사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언론사들의 책임 회피 대상은 달라지겠죠. 네이버가 아닌 유튜브, 커뮤니티 탓으로 돌릴 게 뻔합니다.

 

/출처=Pixabay.


복붙 언론,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언론사들이 복붙 이슈 기사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대안을 모색하려는 의지가 없어서죠. 수많은 언론사들이 트래픽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복붙 이슈 기사는 조회 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입니다. 트래픽 지상주의에 물든 언론 시장에서 복붙 이슈 기사는 모두가 전면에 내세운 무기인 셈이죠.

문제는 그 무기가 스스로를 해치고 있다는 거죠. 장기적으로 저질, 선정 보도는 언론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복붙 기사에서 언론사만의 차별점을 내세우기도 어렵죠. 트래픽에 취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충성 독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묻힐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사들은 실검을 없앤 네이버의 결단을 곱씹어야 합니다. 서비스 종료에 따른 악영향을 감수한 이유와 언론사에 던지는 시사점에 대해서 말이죠.